오늘 복음은 2014년 6월 미바회 미사 때와 같은 말씀입니다. 그때는 “걱정하지 마라”며 강론을 했습니다. 이년이 지난 오늘, 저는 이렇게 강론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걱정하세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십시오.”
먼저 무엇을 먹을까 걱정하십시오. 바로 먹는 것이 여러분 자신을 만듭니다. 인스턴트 음식, 유전자변형 음식, 달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은 사람을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면역력도 떨어지게 합니다. 곧 사람은 자신이 먹는 것이 됩니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 푸드나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싼 식재료는 쓰지 말고, 믿을만한 지역 농산물로 먹거리를 해결하십시오. 그리고 제발 소고기 좀 먹지 마십시오. 소가 내뿜는 트림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입니다. 소가 되새김질하면서 내뿜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강한데 이것은 자동차 배기가스(13.5%)보다 지구온난화에 더 많은 영향(18%)을 끼칩니다. 또한 소는 더 이상 풀을 먹지 않고 빨리 자라도록 옥수수를 먹이는데 이 옥수수 역시 유전자변형과 화학품으로 자랍니다. 그뿐 아니라 엄청난 숲이 소를 키우기 위한 목초지로 개간되며 소의 배설물은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와 하천을 오염시킵니다.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십시오. 4대강이 파헤쳐지고 보를 만들면서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녹조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지하수 고갈과 가뭄 때문에 인류는 물부족으로 큰 위험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즐겨 먹는 커피는 또 어떻습니까? 커피가 여러분 컵에 담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의 노동력이 착취당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정당하게 재배하고, 적절한 임금을 준 공정무역, 곧 Fair Trade 커피를 마시고, 깨끗한 물도 감사하게 마실 줄 알아야 합니다.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십시오. 싸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인체에 해로운 화학제품, 동물의 털이나 가죽으로 만든 옷 등은 입지 말아야 합니다. 청결한 재료, 재생 가능한 옷, 공정한 임금을 주는 회사가 만드는 옷을 입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는 것은 이 시대 깨어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재태크, 주식, 돈에 관심이 많다면 걱정하세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습니다. 재물이 가능하게 해 주는 세상일에 관심을 자꾸 쏟다보면 하늘나라를 잊어버리고 이승에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쾌락을 추구하게 됩니다.
수명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 걱정하세요. 술이나 담배는 하지 않거나 줄여야 합니다. 운전은 조심해서 하고, 미세먼지나 황사는 피하고, 암이나 뇌경색을 유발하는 식생활 습관은 바꾸어야 합니다. 모든 병의 원인인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걱정해야 그나마 주어진 수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 나라와 그 의로움을 구하지 않는다면 걱정하세요. 주일만 신자, 혹은 무늬만 신자인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가 어떤 일을 판단하는데 무엇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그런데, 걱정을 하는데 규칙이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만 걱정하세요. 해야 할 일,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 걱정한다고 시간이나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걱정할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에 ‘열심히’ 걱정하십시오. 저는 그 시간을 ‘기도의 시간’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혼자서 걱정하지 말고 하느님과 함께 걱정하십시오.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침묵의 시간을 가진 뒤에 하느님께서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걱정하면 아무 때나 하는 걱정보다 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을 걱정하세요. 하루를 어떻게 충실하게 잘 살지,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어떻게 사랑을 실천할지, 오늘 하는 나의 말과 행동은 어떠해야 하는지 오늘만 걱정하십시오. 우리는 오늘만 살 수 있으니 아무 도움도 안되는 내일 걱정은 하지 말고.
그런데 실은 여러분에게 “걱정하세요!”라고 강론을 했지만 제가 전하고 싶은 마음은 “걱정하지 마세요”란 것을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