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이었다. 지난 2012년 10월 20일 한국에서의 첫 마라톤, 나의 열 번째 마라톤을 뒤에서 최고의 기록 (3:30:07)으로 마친지. 그래서 1년 동안 체력훈련과 함께 신천강변에서 장거리 훈련을 했었다. 그리고 2012년에 4명뿐이었던 ‘살아있는 사람 8’이 올해는 ‘살아있는 사람 9’으로 27명이 되어 있었다. 대부분이 계산성당 청년들이었지만 열 명은 가톨릭 사회복지회에서 참가했으므로 더욱 의미가 깊었다.
‘1 킬로미터에 1 만원’의 후원을 제안했고, 많은 분들이 마음을 모아 주셔서 삼백 이십오만원 가량의 성금을 모았다. 대회 전날 토요일, 사수동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서의 가든파티, 특전미사, 저녁식사 역시 아름다운 가을날에 어울리는 행사로 잘 마쳤다.
남은 것은 42.195 킬로미터밖에 없었다. 작년과는 다른 기대감으로 출발선에 섰다. 날씨는 좋았고, 마음은 이미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었다. 풀코스 주자들과 첫 1 마일을 뛰었을 때 시계를 보니 7분 30초를 가르켰고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마일당 7분 10초대를 유지하며 하프코스까지 달려갔었다. 하프를 통과할 때 기록은 1시간 37분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형산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경주국제마라톤 코스는 강변도로로서 그늘도 없는 지루한 길이었다. 하프를 지나면서 지리한 길을 따라 달리니 몸이 무거워지면서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나이 탓일까, 아니면 연습이 부족해서일까?’ 스스로 묻고도 답을 할 수 없는 질문들을 안고 무거운 걸음을 계속해서 옮겨야 했다. 날씨마저도 금새 20 도가 훌쩍 넘어버려 더위가 탈수를 진행시켰는데 마라톤 코스에서는 물이 아닌 스펀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가장 힘들다는 32 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한 뒤에 대릉원 언덕을 오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내가 지도신부로 있는 ‘미바회’에서 플랭카드를 들고 응원을 나온 것이었다!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반가운 얼굴들이 ‘김성래 신부님 / 42.195 Km 완주짱! / 미바회’라고 쓰인 것을 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도파민이 뇌를 자극하면서 다리가 가벼워졌고 덕분에 언덕을 조금 쉽게 오를 수 있었다.
마지막 10 킬로미터를 뛰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수습해서 결승선으로 뛰어 들어가니 먼저 도착한 청년들이 맞아주었다. 기록은 3:27:40초, 작년에 비해 삼분을 줄였다. 이번 마라톤을 준비하고 뛰면서 기뻐해야 할 수많은 이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어쩔 수 없이 기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 인생에 있어서 이 말보다 긍정적인 말이 있을까!-27명이 모두 무사히 레이스를 마쳤고, 기분 좋은 경주에서의 점심과 사우나, 그리고 대구에서의 삼겹살 파티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은혜롭게 살아있는 사람으로 하루를 보냈다.
내년이면 살아있는 사람(Living Person)이 십 주년을 맞이한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2014년 레이스에 임할지 사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