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발견한 보물 #1 음식:
첫째날 베푸(Beppu)의 료칸(RoyKan)에서 저녁 식사가 차려진 방문을 열었을 때, 우리는 일본 식도락 삼매경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작고 아기자기한 음식, 각 사람 앞에 놓인 화롯불, 다양한 색깔의 십여 가지가 훨씬 넘는 반찬, 그리고 써빙하는 사람까지 모두가 먹는 즐거움을 위한 오케스트라 같았다. 간단한 아침을 기대했을 때에도 따뜻하게 데운 국과 직접 구워 먹는 생선을 보며 일본 음식은 세심한 배려가 담긴 일본인의 마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거기다가 최고급 생맥주와 사케, 일본 소주까지 곁들여 졌을 때 그것은 왕이 받는 수라상이 되었다. 그리고 꼭 먹어보아야 하는 라면, 쿠키, 롤케익, 아이스크림, 고로케, 거기다가 유후인버거까지 생각해 보면 일본의 음식은 어린아이 앞에 펼쳐진 환상의 세계와 닮아 있었다.
#2 얼굴:
외국에서 일본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일본인의 얼굴은 이상하고 볼품없다고. 하지만 일본에서 다시 만난 일본인의 얼굴은 밭에 묻혀진 보물 같았다. 특이한 얼굴-한국 사람과 비교했을 때-이 따로 하나만 있다면 이상해 보이겠지만 그것이 수많은 무리와 함께 있다면 환상적이 된다. 다양한 일본인 얼굴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칼라풀한 얼굴의 색조, 특이한 이빨, 예술적인 머리 스타일, 수수한 얼굴들, 나와 닮은 듯 하면서도 분명 다른 느낌의 인상들이 복잡한 후쿠오카의 하카타 역을 걸을 때마다 즐거움을 주었다.
#3 온천:
휴식은 경쟁으로 지친 사람의 무장을 해제하고 거칠어진 심장을 부드럽게 한다. 멀리 신비로운 유후다케 산을 바라보며 유후인의 사이가쿠칸 온천에 몸을 담글 때 이미 힐링은 시작되었다. 나무 벤치나 돌에 앉아 반신욕을 하고 있으면 손님으로 받은 환대의 따뜻함과 함께 ‘사는게 이리 단순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유후인의 어느 멋진 거리를 걷다가 온천수가 피어오르는 긴린코 호수와 만난다면 그것 또한 행운이다. 마치 상쾌한 유후다케의 바람을 맞으며 끝이 없는 뱀의 길을 오르다가 버스를 놓쳤지만 덕분에 택시를 타게 되는 낮선 즐거움이기도 하다.
#4 사람:
사람의 진면목은 여행을 함께 해 보면 알 수 있다. 그 사람에 대해 흔히 드러나는 사회적 모습만이 아니라 밤을 함께 지새울 때 느끼는 생리적 모습, 낯선 곳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알게 되는 인간적 모습 등이 여행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사람에 대한 놀람이 항상 있다. 부스스한 아침 얼굴을 보고 놀라고, 술 한잔에 재미 있어하는 모습에 놀라고, 귀신이야기에 놀라게 된다. 놀람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것이고, 이로부터 공동체가 생겨난다. ‘손 없는 날’이 술수를 쓰는 나쁜 손에 대한 응징의 날이 될 뻔했던 잊지 못할 농담도 그런 공동체에서 생겨나는 보너스다. 그리고 그런 공동체는 계획이 없던 곳에 머무르면서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다. 인생이란 어느 날 갑자기 초대받은 축제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보며 가슴 설레는 것인지 떠나본 사람만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