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티나!
오늘 처음으로 불러보는 너의 새로운 이름이구나. 곧 있으면 너는 축성된 세례수를 통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마르티나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물론 김가령이라는 부모님께로부터 받은 이름도 있겠지만 마르티나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교회를 통해 네게 주는 선물이란다. 그래서 오늘같이 특별한 날, 많은 이들이 너를 축복하기 위해 모였구나.
너의 수호성인이신 마르티노 성인은 아주 오래전에 헝가리에서 태어나 군인이 된 분이란다. 어느 추운 겨울날, 그는 거의 벌거벗은 채 추위에 떨면서 성문에서 구걸을 하고 있는 한 거지를 만났는데 그때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입고 있던 옷과 무기밖에 없었지. 그래서 그는 칼을 뽑아 자기 망토를 두 쪽으로 잘라 하나를 거지에게 주었어. 그런데 그날 밤 꿈속에서 자기가 거지에게 준 반쪽 망토를 입은 예수님이 나타나 “마르티노가 이 옷을 나에게 입혀 주었다”하고 말씀하셨단다.
이 같은 성인을 닮아 마르티나 역시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관대한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 가진 것이라곤 망토밖에 없었던 마르티노 성인이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돈이나 능력을 통한 베품이 아니라 불쌍한 이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남에게 따뜻하고 관대하며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람만큼 아름다운 이는 없으니 너에게 그 아름다움을 기대해 본다.
마르티나 덕분에 오늘은 또한 여기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날이란다. 교회의 가장 중요한 날인 부활성야미사에서 전례의 핵심은 세례예식임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단다. 새로운 교회의 구성원이 태어남으로써 교회가 성장하는 날보다 더 중요한 날은 없다는 말이지. 그래서 교회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가장 성대한 축제일에 세례식을 열어 새로운 신자를 환영하고 축하한단다.
그래서 신자들은 오늘 세례를 받는 마르티나를 통해서 자신의 세례를 기억하고 그때 한 약속을 새롭게 갱신하도록 초대받는단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세례는 교회를 내적으로 외적으로 자라게 하고, 세례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며, 다시한번 주님의 축복에 감사드리는 시간을 가져온단다. 그래서 마르티나, 너는 참으로 소중한 아이다!
오늘 너처럼 축하받아야 할 또 다른 사람이 있으니 바로 너의 어머니 플로라와 아버지 마태오란다. 요즘처럼 자기일에 정신없이 바쁘고 물질중심적인 시대에 신앙의 유산을 생각하고 그것을 물려주기 위해서 너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신 네 부모님이 없었다면 네가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겠니? 네 부모님은 서로 받아들이고,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결혼이라는 연습 과정에서 특별한 행복을 체험하지만 고단한 일도 많단다. 이분들이 기꺼이 내어주는 온전하고 충실한 사랑 안에서만 네가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으므로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네 부모님을 위해서 기도한단다.
가정은 교회의 기초이며, 성가정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젊은 부부들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세상에 없구나. 이들은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을 떠나보내고, 신앙공동체를 이루어 너를 중심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란다. 너와 같이 성당에 가고 너와 같이 기도하고 너와 같이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이분들은 너와 함께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간단다. 그래서 오늘 하느님의 축복이 마르티나의 가족에 가득 내리기를 함께 기도한다.
교회의 가장 큰 경사로운 날에 아름다운 동산 성모당에서 많은 은인들을 모시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마르티나에게 사랑이신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항상 밝고 남을 아끼며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르티나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모두가 소망한다. 널 사랑하는 모든 이가 온 마음으로 함께 한단다.
2013년 7월 20일
남산동 성모당에서
김성래 하상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