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버닝썬 클럽과 관련된 사건이나 모 연애인의 비도덕적인 사생활을 보며 어떤 이들은 ‘그들이 재수가 없어 걸렸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천벌을 받을 죄인’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을 오늘 복음을 통해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나는 그런 죄를 짓지 않아. 나는 하느님께 충실해. 그건 천벌을 받을 죄인들 이야기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오늘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들어 보십시오. “서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스스로 만족하고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 나는 하느님 없이 살 수 있다는 교만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은 오늘 복음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올해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사순절, 마지막 회개의 기회라는 것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번 사순절에 절제와 극기, 요한복음 쓰기를 통해 거름을 주어 자신을 쇄신하여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잘려 나갈 것입니다. 아무 열매를 맺지 못하고 땅만 버리는 신앙인은 잘려 나갈 것입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 방문을 기억합니다. 그때 아시아 청년대회가 대전에서 열렸고, 저는 한국청년들과 함께 신리성지에서 해미읍성까지 도보행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해미에 도착해서 읍성으로 들어가려는데 오늘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하신 말씀이 적혀 있었습니다.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우리는 신을 벗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거룩한 땅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에서 먼저 온 청년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고, 우리는 커다란 원을 만들고 앉아 서로의 발을 씻겨 주었습니다. 도보성지 순례의 피로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죄를 씻어주시는 주님의 거룩한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밤을 새며 교황님을 기다렸습니다. 먼저 장대비가 쏟아 붇기 왔습니다. 우리를 씻어주는 정화의 비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비가 그쳤습니다. 주님께서 깨끗해진 우리를 햇살로 비추고 계셨습니다.
과연 우리의 하느님을 무엇이라, 어떤 분이라 불러야 할까요? 오늘 모세에게 이르신 당신의 이름은 “나는 있는 나다.”이십니다. 이는 “나는 너를 위해 있는 나다.”로 해석해도 됩니다. 우리의 하느님께서는 우리로 인해 기뻐하시는 분이며, 우리를 위해 존재하시는 분이십니다. 누가 과연 우리와 같은 하느님을 모시고 있습니까!
우리 모두는 한때 무지의 구름 속에서 광야를 헤매다가 홍해바다를 건너면서 새롭게 태어난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처럼, 노예에서 해방으로, 죄에서 자유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렇지만 홍해를 건너고도 여전히 우리는 광야에 있습니다. 악에 빠지거나 우상숭배를 하는 큰 죄를 짓기도 하지만 보통은 불평, 불만으로 가득 차 투덜거리며 살아갑니다. 기쁨은 없고 십자가만 있고, 절제와 극기보다는 안락과 편리함만을 찾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간다면 광야에서 죽어 널브러진 이스라엘 백성처럼 될 것입니다. 그들처럼 우리 역시 주님 앞에서 악을 탐내고 죄를 짓고 투덜거리다가 죽을 것입니다.
사순절, 회개의 마지막 기회입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이 거룩한 곳임을 깨닫고 우리 발에서 더러운 신을 벗어야 합니다. 그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얼굴을 가리고 서로의 발을 씻어 주어야 합니다. 절제와 극기로 이기적이며 나약한 자신을 봉헌하며 매일 요한복음을 쓰면서 말씀과 함께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야 합니다. 우리에게 약속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광야를 거치며 새롭게 태어난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곳입니다. 회개하여 열매맺는 이에게 주어지는 약속의 땅이며, 희망의 땅이며, 부활의 땅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주님은 자비롭고 너그러우시며, 우리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의 모든 아픔을 없애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을 찬미하며 내년에는 돌아오지 않을 이번 사순절에 회개와 쇄신을 통해 풍성한 열매를 맺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