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할 때의 일입니다. 인도를 손에 넣고 식민지 지배를 뒷받침 할 사업도 정착되자 영국인들은 인도에서도 고국에서 하듯이 모든 골치 아픈 일은 잊고 여가도 즐길 겸 콜카타 외곽에 ‘로열 콜카타’라는 인도 최초의 골프장을 만들었습니다. 초록색 잔디가 잘 가꾸어진 멋지고 아름다운 골프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원숭이입니다. 사람들이 골프를 칠 때마다 원숭이가 나타나 골프공을 집어 들고 장난을 치다가 아무 곳에다가 던지고 달아나곤 했습니다. 당연히 경기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골프장에서는 원숭이를 막기 위해 골프장 둘레에 높은 울타리를 설치했지만 원숭이는 쉽게 넘어왔습니다. 바나나로 원숭이들을 다른 숲으로 유인하기도 했지만 먹을 것을 다 먹은 원숭이들은 더 많은 무리들까지 이끌고 되돌아왔습니다. 총소리로 겁을 주고, 덫을 놓아 생포도 해 보았지만 영리한 원숭이들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원숭이들에게 골프공은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이었습니다.
마침내 골프장에서 특별한 규칙을 한가지 만들었습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트린 자리에서 경기를 계속한다.’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던 원숭이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규칙을 만든 것입니다. 그 결과 골프장은 아주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원숭이라는 예상 밖의 변수가 경기에 뒤지고 있던 사람을 승리하게도 만들고, 이기고 있던 자만하던 사람을 무릎 꿇게 하기도 했습니다.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 공을 주워다가 홀컵에 넣어주는 원숭이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경기는 묘미를 더해 갔습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트린 자리에서 경기를 계속한다.’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특별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우리 삶의 경기 규칙이 이와 같습니다. 돌아보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당황스럽고 답답했었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었는데 삶이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원숭이는 어디에서나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 사태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요? 화내고 남을 비난하고 운명이나 하느님을 탓할까요? 아예 포기해 버릴까요? 그러나 장애나 불행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마음을 갖는다면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 흥미진진하고 더 의미있고 더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하느님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아야 합니다.
인생은 본래 불공평합니다. 만일 공평한 인생을 기대한다면 원숭이를 곧 만나게 될 것입니다. 마음대로 안되는 인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때서야 원숭이가 공을 떨어트린 자리에서 경기를 계속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 지점, 그 시간이 최선이자 최고의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신화에서 원숭이는 신의 뜻을 전하는 전령으로 나오니까요.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하늘로 오르시어 구름에 싸여 시야에서 사라진 예수님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제자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 일어나 당황스럽고 놀라울 뿐입니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제 예수님도 떠났으니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는가. 어떻게 우리끼리 스승없이 지낼 수 있겠는가. 이제 그만 제자 생활도 접고 지상에서의 삶도 그렇게 해야겠다.’
하느님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아야 합니다. 쉼표 뒤에 계속 살아야 할 삶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승천하셨지만 제자들은 남아있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지만 남은 사람은 살아야 합니다. 쉼표를 마침표로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아니라 인간이고, 주인이 아니라 종이고,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다만 주어진 삶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합니다.
주님승천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신 날입니다. 우리도 그날을 기다립니다. 세상을 마감했을 때 하늘로 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다면 이 질문에 대답해 보십시오. ‘나는 하늘로 오를 수 있을까? 나는 하늘로 오를만큼 가벼운가?’
천사가 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꺼이 어떤 상황이라도 받아들이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길 때 우리는 하늘로 오를 수 있습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트린 자리에서 경기를 계속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하늘로 오를 수 있습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시는 주님, 우리는 천사보다 더 중요한 존재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쉼표가 꼭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다시 삶이라는 놀이를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