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손꼽아 기다리던 것이 많았습니다. 말 그대로 손으로 하루하루를 세어가며 기다리던 것들입니다. 12월이 되면 겨울방학을 손꼽아 기다렸고, 성탄축제 때 할 연극이나 노래, all night, 또한 겨울 신앙학교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때는 하루가 어찌나 더디게 가는지, 왜 빨리 어른이 되지 않는지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예전처럼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연말 송년회도, 성탄절 모임도 그렇게 마음을 설레게 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첫째는 어린이의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순수한 마음이 여러 가지 욕심과 근심으로 가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는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라는 말씀이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둘째는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스턴트 음식, 편리와 효율을 최고로 여기는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손꼽아 기다린다는 것은 어리석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가치 있는 것을 위해서는 인내해야 합니다.
셋째는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지 몰라서입니다. 내가 하는 일의 성공, 돈을 더 많이 버는 것,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와 명예가 높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 참된 것, 본질적인 것을 기다려야 합니다.
대림은 기다림의 시기입니다. 예수님을 손꼽아 기다리는 때입니다. 이 대림시기에 가장 간절히 예수님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누굴까요? 바로 성모님입니다. 예수님을 성령으로 잉태한 성모님은 뱃속에 있는 아기와 함께 먹고 마시고 숨쉬며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림시기는 우리 역시 예수님을 잉태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출산을 앞둔 산모처럼 설레이면서도 두려운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과 모든 일에 함께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몸과 마음도 잘 보살피며 준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이 태어날 아기 예수님께서 머무실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되고자 하시는 하느님, 대림시기는 예수님께서 준비하시는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며, 이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때입니다. 일에 지치고 사람에 상처받고 나 자신에게 실망할 때, 성탄절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세상은 혼란스럽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은 고통당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전쟁과 폭력이 우리에게서 떠나지 않을 때 예수님의 탄생을 왜 손꼽아 기다려야 할까요?
하느님이 사람이 되십니다. 그것은 사람이 하느님이 된다는 말입니다. 죄와 상처, 실망과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품위가 과연 어울리기나 할까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탄은 하느님의 놀라운 선물입니다. 성 레오 교황은 말합니다.
“오, 그리스도인이여, 그대의 품위를 깨달으십시오. 여러분이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 되었음을 명심하십시오.”
성탄절이 주는 기쁜 소식은 우리가 하느님의 아들과 딸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흙수저나 금수저가 아니라 삼위일체 하느님 사랑의 신비에 참여하는 근본적인 변화, 새로운 희망, 영원한 생명을 바라는 갈망의 성취입니다. 그러므로 기뻐합시다. 나의 죄와 약함에 갇히지 말고 하느님의 선물인 아기 예수님과 함께 기뻐합시다. 과연 아직도 우리에게는 이렇게 손꼽아 기다릴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