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제주 국제 마라톤 대회를 돌아보면 제주도에는 세 가지가 많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바람, 바닷바람, 진짜쎈바람 말입니다.
풀코스를 뛰는데 사실 같이 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풀코스 참가 인원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혼자 18킬로미터 지점을 뛰고 있는데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오는 풀코스 선두주자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명, 세 명씩 차례대로 저보다 앞서 반환점을 돌아서 앞서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헤아려보니 저보다 앞선 주자가 열명 밖에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반환점을 돌았는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바람, 바닷바람, 진짜쎈바람이 저를 막아 서더군요. 그래도 어찌하겠습니까? 열심히 뛰었지요. 그러다보니 한 사람, 두 사람을 제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제 앞에 여섯명이 뛰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더 힘을 내게 되었습니다.
…
그때 제 앞에 달리던 사람을 거의 따라잡았는데 그가 제게 “이번에 처음 뛰나요?”하고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묻더군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제 나이를 말해 주었습니다. 이 선수는 그 뒤 10킬로미터 이상을 제 뒤에 바짝 붙어서 달렸습니다. 전 바람, 바닷바람, 진짜쎈바람을 죽어라 하고 마주하고 뛰는데 이 선수는 한마디 말도 없이 제 뒤에 혹은 제 옆에 바짝 붙어서 계속 뛰더라구요.
그러더니 마지막 1킬로미터 사인이 나타나자마자 총알같이 뛰어 나가는게 아닙니까? 그동안 앞서 뛴 제게 한마디 말도 없이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풀코스 7등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짝짝짝!
그리고 오늘 아름다운 제주 국제마라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제가 40대 연령대에서 2등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와우, 짝짝짝! 그런데 1등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저와 함께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바로 그 선수입니다 ㅠㅠ
추신: 우리 황윤희 글라라 역시 30세 미만 선수로는 일등으로 기록했네요. 엄청난(?) 기록으로 말입니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