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를 읽어보셨을 것입니다. 어린왕자는 여우와 만나 친구가 됩니다. 그 다음날 어린왕자가 여우를 찾아오니 여우가 말했습니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례(ritual)가 필요하거든.” “의례가 뭐야?” 어린 왕자가 묻자 여우가 대답합니다. “그것도 너무 잊혀져 있는 것이지.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대림시기는 기다림의 시간이며, 행복의 시간이며, 마음을 곱게 단장하는 시간이며, 또한 의례의 시간입니다. 우리는 대림주일을 맞이하여 대림초에 불을 붙이며 대림주일을 다른 주일과 다르게 만들고, 또한 네개의 초에 따라 대림 주일을 매주 다르게 만드는 의례를 거행합니다.
또한 이번 대림시기동안 우리 마음의 준비를 위한 의례의 시간도 만들고자 합니다. 그것은 ‘소원트리(Wish Tree)’입니다. 매년 맞이하는 대림시기를 작년과 다르게 만드는 소원트리는 우리 마음 안에 가장 연약한 아기 예수님께서 머무르실 자리를 준비하는 정성으로 외롭고 춥고 가난한 우리의 이웃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오늘 오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질 때 주일학교 어린이들은 우리 본당의 봉성체 대상자, 우리 지역의 독거노인, 다문화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에 받았으면 좋을 작은 선물을 적어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 거기에 적힌 선물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소원트리 아래에 가져다 놓습니다. 성탄 축제일이 시작되면 우리 어린이들이 기쁜 소식을 전하는 천사가 되어 그 선물을 들고 가난한 이에게 가서 직접 전달하면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불러드리는 의례를 거행할 것입니다.
세상이 즐기는 크리스마스는 매년 다가오지만 구세주 예수님 탄생의 기쁜 날은 매년 오는 것이 아닙니다. 깨어있고 준비하는 이에게만 허락된 성탄의 진정한 의미와 새롭고 깊은 기쁨의 시간을 준비해야 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오늘은 교회 전례력으로 새해 첫날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예수님 탄생을 기다리는 때에 어울리는 글을 하나 읽어 드리겠습니다.
가본 곳보다 가보지 못한 곳이 훨씬 많다.
먹어본 음식보다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훨씬 많고 겪어본 일보다 겪어보지 못한 일이 훨씬 많다. 백 년쯤 더 살아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한 오백년을 더 살아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인생에 미련을 두는 것이야말로 미련한 짓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가본 곳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
그동안 먹어본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다.
그동안 겪은 일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웠다.
더 두리번거릴 이유가 없다.
더 두리번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은 우리에게 오시는 구세주를 기다리며 하늘나라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하늘나라 입학 경쟁률은 2:1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때에 두 사람이 들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여자가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마태 24,40-41). 이것은 실제로는 무시무시한 말씀입니다. 제가 옛날 대학 학력고사를 칠 때 경쟁률이 2:1이었는데 그 뜻은 이렇습니다. 옆에 사람을 한번 쳐다보십시오.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여러분이 쳐다보는 그 사람이거나 아니면 여러분 자신입니다. 둘 중에 한명만 구원을 얻습니다. 그러니 깨어서 준비해야 합니다. 도둑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려면 깨어 준비하고 있어야 하듯이 사람의 아들도 그렇게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대림 1주일을 맞아 초 하나에 불을 켭니다. 동시에 우리 마음에 초 하나를 켜면서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는 날입니다. 대림시기동안 천주교 신자답게 품위 있게 살며 연말의 분위기에 휩쓸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날입니다. 그 대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고, 기뻐하며 주님의 집으로 가야 합니다. “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야곱의 하느님 집으로! 그러면 그분께서 당신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시어, 우리가 그분의 길을 걷게 되리라…야곱 집안아, 자,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 이것이 예수님 탄생을 기다리는 우리의 진정한 의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