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8월 8일, 불볕더위 속에 한 사내아이가 대구 신천동 집에서 태어났다. 그로부터 4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현대인의 평균수명을 80세로 보면 인생의 전반기를 산 셈이다. 하루 스물네 시간으로 치면 정오를 갓 넘긴 시간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 몰라도 지난 사십년은 인생의 봄이 아니었나 싶다. 뿌리 내리고 영양분을 섭취하고 줄기가 자라고 가지를 키우고 꽃을 피웠던 시기. 그런데 이제 봄날은 지나가고 인생의 후반기를 맞아야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잊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면 어떨까. 전반전을 무사히 마친 축구선수, 하프 마라톤을 제 페이스로 달린 마라토너처럼, 남은 시간을 기억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주위를 살피며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은 않으리라.
“주님, 저를 사랑으로 내시고,
저에게 영혼과 육신을 주시어 다만 주님을 위하고 사람을 도우라 하시었나이다.
제 비록 죄가 많사오나
주님께 받은 몸과 마음을 오롯이 도로 바쳐
찬미와 감사의 제물로 드리오니 어여삐 여기시어 받아들이소서. 아멘.“
날마다 바치는 ‘봉헌의 기도’를 다시금 바치며 하느님의 영광과 이웃의 성화를 위해 남은 삶도 찬미와 감사의 제물이 되기를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