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찾는 사람들 아닙니까? 성공과 행복을 찾고,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찾고,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있지 않습니까? 무엇인가를 찾는 사람은 답을 찾을 때까지 쉬지 못합니다. 평안을 누릴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은 모두 무엇인가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동방 박사들은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을 찾고, 놀란 헤로데는 그의 왕좌를 위협하는 또 다른 임금을 없앨 방법을 찾고,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성경에서 메시아가 태어날 곳을 찾고, 예루살렘의 백성들은 로마제국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해 줄 구세주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이천년전의 일만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얼마전 세례식에서 사제는 예비신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교회에서 무엇을 찾습니까?” “신앙을 찾습니다.” “신앙이 무엇을 줍니까?”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영원한 생명’이 무엇인지 알고 찾습니까? 실은 잘 모릅니다. 다만 하늘에 떠 있는 별이 가리키는 것처럼 어떤 아주 중요한 것이리라 믿을 뿐입니다. 그래서 찾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이성을 이용해 최선을 다해 찾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찾을 수 없습니다. 동방 박사들이 오랫동안 하늘과 별을 연구하고, 혹독한 사막을 지나 먼길을 여행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구세주를 찾아 만나 경배할 수 있게 되리라는 믿음, 우리 신앙의 여정에서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습니까? 무기력함을 느낄 때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럼에도 우리가 별을 바라보며 계속 신앙의 여정을 걷는 이유는 우리 존재가 근본적으로 ‘찾는 자’이며, 찾는 자는 언젠가 찾으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학과 이성이 사람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사람을 구원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랑의 기쁨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마침내 자신들의 눈 앞에 멈춰선 별, 그 별 아래에서 그분을 찾은 동방 박사들의 기쁨을 말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준비한 가장 소중한 선물을 아기에게 드렸습니다. 아마 이 순간을 위해 그들은 평생을 바쳤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고통과 시련은 사라지고, 그 순간 그들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찼습니다.
주님공현대축일에 우리 자신을 봅니다. 우리 역시 찾는 사람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계속해서 찾는 사람입니다. 새해가 되면 더 간절하게 무엇인가를 찾고 싶은게 인간의 마음입니다. 어떤 가치있는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찾으려 합니다.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그동안 하지 않던 일을 시도해 봅니다. 쉽지 않지요. 왜냐하면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됩니다. 때론 보이지 않는, 대낮에는 볼 수 없는 별을 따라 가는 신앙의 여정에서 믿음은 꼭 필요합니다. 우리가 찾으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우리가 찾는 것, 더 나아가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실 것입니다. 별을 따라 걸으며 찾는 이에게 구세주로 나타나십니다.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찾으면 사랑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 우리는 참다운 기쁨을 체험할 것입니다.
그런데 실은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찾으셨습니다. 최초의 인간이 죄를 짓고 숨자,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하고 찾으셨고, 지금은 우리를 찾고 있습니다. 죄를 짓고 부끄러워 숨은 우리, 이기심과 욕심에 갇힌 우리, 미움과 절망에 빠진 우리, 과거나 미래 때문에 슬프고 불안한 우리를 지금 찾고 계십니다. 오늘 다윗의 별이 여러분 머리 위에 멈추고 하느님께서 여러분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오려 하십니다. 죄책감, 부족함, 미안함 때문에 문을 닫아 걸었는데 요셉 성인이 문을 계속 두드립니다. 아기 예수님을 안은 성모님께서 추위에 떨고 계시다면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주님공현대축일에 그분을 드러나게 해 주실 건가요, 아님 모른채 하실 건가요? 헤로데나 율법학자들, 예루살렘 백성들처럼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만 찾을 건가요, 아님 겸손하게 여러분을 있는 그대로 내어드릴 건가요? 놀라운 것은 하느님의 아들이 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고 허락하면 역설적으로 우리가 하느님을 찾게 됩니다. 숨겨진 보물을 찾은 어린이같이 흥분한 채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찾았다!’하며 기뻐할 것입니다.
주님공현대축일은 아기 예수님을 찾아 나선 동방박사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느님을 찾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며, 찾고 찾으면 찾을 수 있는 하느님, 실은 먼저 우리를 찾으셨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보물을 발견한 그때, 우리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고 기쁜 빛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바로 동방 박사들이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은 그때, 그들이 느꼈을 사랑의 기쁨을 우리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이 바로 주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셨고, 찾는 자에게 믿음과 희망, 사랑이 오신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