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바친 기도, 참으로 어려운 기도입니다. 때론 현실에서 불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보십시오. 같은 나라, 같은 단체, 같은 교구, 같은 공동체 안에서도 하나가 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때문입니다. 하나가 되기를 바라면서 나를 포기하지 못하고, 나를 양보하지 않고 나의 주장, 특권, 이기심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우리’이지 ‘나’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하나됨을 자세히 보면 하나 되기보다는 하나로 만드는 것입니다. 곧 자신은 변하지 않고 상대방이 변하기를 바라거나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상대방이 맞추어 따라와 주기를 원합니다. 달리 말하면 내 뜻대로 상대를 바꾸는 것이겠지요.
하나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나란 한 사람이 주체가 아니라 우리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자신을 내려놓고 변화를 수용하며 시련과 고통을 감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는 완성될 수 없고 계속해서 되어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유기체로서 변화하며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인간이라는 조건 때문에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와 같은 ‘하나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므로 하나됨을 늘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 당신과 하나되게 하소서. 어미 품에 안겨 있는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을 주님께 온전히 맡겨 드리며 당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주님, 이웃과 하나되게 하소서. 제가 자신을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하게 하시어 저 자신이 먼저 땅에 떨어져 죽어서 많은 열매를 맺게 하는 하나의 밀알이 되게 하소서.
주님, 저 자신과 하나되게 하소서. 당신께서 만드신 그 모습 그대로 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하시어 당신처럼 저를 사랑하게 하소서.
주님께서 바치신 ‘하나됨’의 기도는 오늘 우리가 모시는 성체성사 안에서 하나의 빵을 나누어 먹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성장해 갑니다. 주님의 살과 피로 하나된 우리는 하나의 희망을 가지고 하나의 길을 걸으며 한 번에 하루를 성실히 살아갑니다.
한 번에 한 사람을 만나고 /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고 / 한 번에 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 한 번에 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 한 번에 한 시간씩 기도하고 / 한 번에 한 분만 믿고 따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