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하느님이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하느님이 나의 기도에 뚜렷하게 응답해 주신다면’ ‘하느님이 세상 사람들이 믿을만한 놀라운 기적을 행하신다면’ 모두가 주님을 믿고 따를텐데…
구약 성경을 보면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파라오에게 열가지 재앙을 내리시고 그들을 홍해바다를 걸어서 건너 광야로 이끄셨다.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으로 당신 모습을 보여주셨고, 때로 천둥과 같은 소리로 말씀도 하셨다. 신약에 이르러 하느님은 직접 사람이 되셨다. 예수님은 우리 가운데에서 먹고 마시고 울고 웃고 기적을 행하며 말씀을 선포하셨다.
그런데 성경은 놀랄 정도로 일관성있게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고 열렬히 환영하던 하느님의 현존과 그분이 행하신 기적이 절대로 깊은 믿음을 낳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적은 주님을 믿기로 작정한 사람에게는 믿을 이유를 굳건히 해 주지만, 주님을 부인하기로 결심한 자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경에서 기적들은 대부분 믿음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하느님의 침묵은 성령을 통해 우리를 채우신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그래서 이 땅에 당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우리에게 의존하시는 하느님의 위험한 선택이다. 많은 이가 이같은 하느님을 오해하고 침묵의 하느님께 실망한다. 그래서 진실하고 어떠한 조건도 없이 자유롭게 드리는 인간의 믿음은 하느님께 가장 귀한 선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