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번째 마라톤, 3:30:07!
나의 마라톤 역사에서 가장 오랜 레이스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에서의 첫 마라톤이었기에 내심 기대를 했건만 한국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게끔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레이스였다. 날씨, 분위기, 함께 하는 사람들, 모든 것이 최고의 조건이었지만 막상 두달의 준비로 풀코스를 뛰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17마일(27킬로미터) 포인트를 지나며 체력이 급격이 떨어졌고 무릎과 발의 통증으로 제대로 된 스트로크를 할 수 없었다. 그저 다리에 부담없는 최선의 방법으로 시간을 잊어버리고 달리는 것 뿐이었다. 20마일(32킬로미터)을 지날때는 그냥 걷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들었는지, 만약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미리 다짐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나도 장담할 수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 한발씩 내디디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고 그렇게 8마일(12킬로미터) 이상을 달렸다. 마지막 2마일(3.2킬로미터)마저 있는 힘을 다해 속도를 높이려 했으나 쥐가 날 것 같은 다리에 더 이상의 무리를 가할 수는 없었다.
한마디로 준비가 안 되어서 제대로 뛰지 못한 레이스였다. 다시 하나 둘씩 기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함께 해서 참 좋았다. 그들의 응원과 열정을 보면서 흐뭇했다. 씻고 찜질방에서 기력을 회복했고 가을녘 보문호에서 오랜만에 가을을 즐겼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 레이스를 마치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했음에 축하를 보낸다.
2012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