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로 치닫고 있는 현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내 것,” 즉 내 소유, 내 능력, 내 사람, 내 이익만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때에도 우리에게 남아있는 희망의 말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라는 표현입니다. 흔히 우리는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를 “내” 아버지 혹은 “내” 어머니, 또는 내 집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 우리 집 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한국사람의 표현에는 나보다 우리, 개인보다 공동체를 더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여기 있는 모든 […]
본디 성탄은
본디 성탄은 아주 보잘것없고 초라합니다. 갓난아이, 마구간, 가장 가난한 이들, 그리고 힘 있는 자들을 피해 달아나는 것. 바로 그것이 하느님과 관계된 것입니다. 하느님이 작아지십니다. 하느님이 약해지십니다.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십니다. 사랑으로. 그리고 당신을 따르라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승리와 광채와 영광이 아니라 마구간의 초라함 속으로. 내 초라한 마구간으로 내 약한 사랑 속으로 내 능력의 한계 속으로 나의 거절 속으로. […]
여인숙과 마구간
병원 수술실 앞 입니다. 가족들은 종양 제거 수술을 하러 수술실에 들어간 아버지가 나올 시간이 훨씬 더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자 걱정과 불안에 휩싸입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가족들은 몸둘바를 모릅니다. 조금 더 있으니 의사가 나와서 마스크를 벗고 가족들에게 말합니다.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나쁜 소식은 우리가 발견했던 종양이 암이었습니다. 좋은 소식은 그 암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것입니다.” 종종 나쁜 […]
“의례가 필요해!”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를 읽어보셨을 것입니다. 어린왕자는 여우와 만나 친구가 됩니다. 그 다음날 어린왕자가 여우를 찾아오니 여우가 말했습니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례(ritual)가 […]
인내
(단풍 낙엽을 하나 들고) 단풍은 아름답습니다. 화려한 색깔을 띄고 한여름 격정을 뒤로 하고 떨어지는 단풍은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겠죠? 단풍은 나무가 겨울동안 살아남기 위해 수분을 축적하면서 나뭇잎이 말라 죽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단풍은 더 아름답습니다. 때가 되어 의연히 죽기 때문에 아름답고, 하늘하늘 앞과 뒤를 보이며 조용히 떨어지기 때문에 더 아름답습니다. 사람도 이와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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