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이다. 나른한 오전, 바깥은 햇살로 빛나고 바람소리는 매섭다. 아무 계획도 없이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다. 지금은 막간의 시간, 무위의 날, 쓸모없는 것의 쓸모가 생겨나는 안식일, 곧 ‘피로의 날’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엿새동안 창조하시고 이레째 되는 날을 쉬면서 거룩하게 하셨다. 그래서 인간 역시 과도한 활동, 멈출 줄 모르는 충동, 짜증과 극단적 피로에서 벗어나 무장을 해제하고, […]
피로사회3: 머뭇거리는 능력
인간은 동물과 달리 외부의 자극에 시간을 두고 반응을 결정할 수 있다. 어떤 자극에 즉시 반응하지 않고 속도를 늦추고 중단할 수 있는 능력은 멈출 줄 모르는 기계와는 다른 인간의 특징이다. 컴퓨터는 엄청난 연산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리석다. 왜냐하면 ‘머뭇거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성과사회의 압력에 놓여있다. 끝없는 성공을 향한 […]
피로사회2: ‘멀티태스킹’이라는 우상
주변을 돌아보면 재능있게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짧은 시간에 놀라운 능력으로 여러가지 일을 효과적으로 해낸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멀티태스커’라 하며 동경한다. 무한경쟁과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성과주의의 현대는 자극, 정보, 충동을 넘쳐나게 제공하며 ‘할 수 있는만큼 해 내라’는 멀티태스킹이란 새로운 우상을 만들어냈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관리하는 능력은 정보, 업무, 시간 관리 기법으로 […]
피로사회1: “나는 자기자신을 경영하는 사람이다”
한병철 교수의 작은 철학책 ‘피로사회’는 가히 놀라운 통찰력으로 우울증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이에 몇가지 주제로 논의의 장을 열어본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자신을 경영하는 사람”으로 불리우고 싶어한다. 개인은 더 이상 규율에 복종하는 주체가 아니라 스스로 통제하고 만들어가는 ‘성과주체’가 된 것이다. 우리는 드디어 자기 자신의 주인이자 주권자가 되었고, 그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는다. 오직 개인의 능력, […]
마르티나에게 보내는 편지
마르티나! 오늘 처음으로 불러보는 너의 새로운 이름이구나. 곧 있으면 너는 축성된 세례수를 통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마르티나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물론 김가령이라는 부모님께로부터 받은 이름도 있겠지만 마르티나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교회를 통해 네게 주는 선물이란다. 그래서 오늘같이 특별한 날, 많은 이들이 너를 축복하기 위해 모였구나. 너의 수호성인이신 마르티노 성인은 아주 오래전에 헝가리에서 태어나 군인이 된 […]
- « Previous Page
- 1
- 2
- 3
- 4
- 5
- 6
- …
- 20
- Next P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