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사람들” 아니 “살아있기에 아름다운 사람들”께 드립니다. 특별하고 아름다운 취지로 마음을 모아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저는 볼리비아 산타크루즈에서 선교 6년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허진혁 바오로 신부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볼리비아에 있는 저희 8명의 대구대교구 사제들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한번의 아름다운 이벤트로 끝이날줄 알았던 “살아있는 사람” 프로젝트에 올해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셨습니다. […]
살아있는 사람 13 후기
시월의 어느 토요일, 124명의 “살아있는 사람 13”이 군위 고로면이라는 낯선 동네에 왔습니다.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사람, 생애 첫 10킬로미터를 뛰는 수녀님들, 젊은이들, 다섯 살 된 어린이부터 60대 어른까지 모두 다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모였습니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싶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겠다.’ 군위마라톤은 경주나 춘천과는 다른 맛과 멋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들른 시골 마을회관에서 잔치가 벌어진 듯 레이스 시작을 앞두고도 서두르거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마라톤 코스도 그리 가파르거나 어렵지 않았고, 달리는 주변은 가을날 시골 풍경을 느끼기에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42.195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시련의 운명을 맞이할 사람들이 없었기에 분위기는 한결 가벼웠습니다. 한 시간 삼십 삼분을 달려 하프마라톤을 마치고 돌아오니 출발장소는 어느새 시골 장터가 되어 있었습니다. 소머리국밥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고, 두부에 수육까지 공짜로 주시니 막걸리를 아니 먹을 수 없는 오후가 된 것입니다. 인정 많은 군위 사람들은 함박 웃음을 띄며 메달과 음식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용꼬리보다는 닭머리가 낫다는 속담처럼, 큰 마라톤 대회에 가서 사람들에 치이며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곳에 있기 보다는 소박한 군위에서 환대와 대접을 받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누구나 느꼈을 것입니다. 거기다가 영화 배경같은 멋진 가을 오후는 무거운 몸을 가볍게 해 주었습니다. 새로운 즐거움도 있었는데 군위마라톤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체 성적 순위에서는 엄두도 못내었겠지만 연령별 기록 순위에서 많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입상을 해 무대에 섰습니다. 삼십대 남자 부분에서 송준민 안토니오 신부님과 오종원 사도요한, 삼십대 여자 부분에서 임현인 레지나와 몽골에서 온 냠수렝 미리암이 트로피와 부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사십대 남자 부분에서 입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쁨과 감동을 주었던 입상자는 조계화 세실리아 수녀님이셨습니다. 육십대 여자 부분에서 당당히 입상을 해서 대가대 병원 수녀님들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 모두에게 ‘(나이에 관계없이) 살아있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하고 직접 보여 주셨습니다. 마라톤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 상동에 있는 ‘열무밭에 돈’에서 오십여명의 살아있는 사람들이 ‘삼겹살 파티’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육체피로와 영양보충에는 싱싱한 삼겹살에 소맥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었지요. 마음 같아서는 실컫 저녁을 먹고 수성못을 한바퀴 돌며 분수쇼까지 보는 것이 제 바램이었지만 제 몸부터 ‘이제 그만 쉬자!’하는 바람에 깊어지는 저녁에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뿌듯하고 따뜻해진 시월의 어느 토요일, 마라톤을 통해 낯선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올 가을에 이보다 더 기억에 남을 날이 있을까 하며, 잠시 바람에 한들거리던 길가 코스모스의 응원에 미소 짓습니다.
살아있는 사람 12
77명의 “살아있는 사람 12″는 무사히 70회 춘천마라톤을 달리고 돌아왔습니다. 22일 토요일 밤 11시 30분에 모여, 자정에 주일미사를 후원자들과 함께 봉헌하고, 23일 새벽 2시에 춘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차에서 쪽잠을 자다가 아침 6시에 춘천에 도착, 아침식사를 마치고 7시 30분에 춘천마라톤 대회장에 도착했습니다. 바람이 불어 쌀쌀한 날씨에 9명의 풀코스 주자들이 9시에 출발하고, 68명의 10킬로 주자들이 10시에 출발했습니다. […]
Go, 춘천마라톤!
<“살아있는 사람(Living Person) 12”> 10월 23일, 저의 열 네번째 레이스, 춘천마라톤을 뜁니다. 일흔 여덟명의 살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볼리비아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자비의 얼굴”이 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후원을 기다립니다.
자비의 얼굴
다른 사람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자비로운 사람입니다. 그들은 고통 가운데에서도 기쁘게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갑니다. 살아있는 사람 12 (Living Person 12)가 10월 23일 춘천마라톤을 향해 뛰어갑니다. The Living Person 12 are blessed for they will suffer for their neighbor. They are the faces of mer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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