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성탄은 아주 보잘것없고 초라합니다. 갓난아이, 마구간, 가장 가난한 이들, 그리고 힘 있는 자들을 피해 달아나는 것. 바로 그것이 하느님과 관계된 것입니다. 하느님이 작아지십니다. 하느님이 약해지십니다.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십니다. 사랑으로. 그리고 당신을 따르라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승리와 광채와 영광이 아니라 마구간의 초라함 속으로. 내 초라한 마구간으로 내 약한 사랑 속으로 내 능력의 한계 속으로 나의 거절 속으로. […]
삶과 죽음의 한가위
추석은 한가위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분위기가 오늘 여러분이 들은 성경에도 가득합니다.한가위는 풍성한 결실을 보고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때,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고 확마다 햇포도주와 햇기름이 넘쳐흐르는 때, 따라서 한껏 배불리 먹고 놀라운 일을 한 주 우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는 때입니다. 그런데 즐거움과 기쁨에 찬 감사와 찬양만으로 마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한가위의 의미를 […]
오늘 설날
“오늘은 어제 죽은 열사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다.” 열사는 오늘을 사는 사람, 내일을 꿈꾸며 어제 죽었지만 그 때문에 모든 것을 바쳐 오늘을 살다가 떠난 사람입니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늘의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영광이나 상처를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도, 혹은 내일의 희망이나 꿈을 쫓아 살아가는 사람도 오늘밖에 살 수 없습니다.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없습니다. 오늘만 […]
바보야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겠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제가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사제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제가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제 인생의 최고의 목표는 타인을 위해 목숨을 내 놓는 것이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제가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예수님도 그러했습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척들마저도 예수님이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그들은 미친 예수님을 붙잡으러 나섰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이 세상에서 사는 […]
인내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저에게 ‘왜 멀쩡한 사람이 신부가 되었느냐?’고 묻습니다. 당연히 ‘멀쩡한 사람이니까 신부가 될 수 있었다’고 대답하지만, 이런 질문들을 여러 번 받다가 보면 저도 모르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그래 내가 이만큼 교회와 신자들을 위해 희생했으니 이 정도 대접은 받아야 하겠지!’하는 마음입니다. 요구하고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오류에 빠집니다. 살면서 보면 잘하는 사람보다 한결같은 사람, 능력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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