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수술실 앞 입니다. 가족들은 종양 제거 수술을 하러 수술실에 들어간 아버지가 나올 시간이 훨씬 더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자 걱정과 불안에 휩싸입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가족들은 몸둘바를 모릅니다. 조금 더 있으니 의사가 나와서 마스크를 벗고 가족들에게 말합니다.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나쁜 소식은 우리가 발견했던 종양이 암이었습니다. 좋은 소식은 그 암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것입니다.” 종종 나쁜 […]
“의례가 필요해!”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를 읽어보셨을 것입니다. 어린왕자는 여우와 만나 친구가 됩니다. 그 다음날 어린왕자가 여우를 찾아오니 여우가 말했습니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례(ritual)가 […]
인내
(단풍 낙엽을 하나 들고) 단풍은 아름답습니다. 화려한 색깔을 띄고 한여름 격정을 뒤로 하고 떨어지는 단풍은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겠죠? 단풍은 나무가 겨울동안 살아남기 위해 수분을 축적하면서 나뭇잎이 말라 죽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단풍은 더 아름답습니다. 때가 되어 의연히 죽기 때문에 아름답고, 하늘하늘 앞과 뒤를 보이며 조용히 떨어지기 때문에 더 아름답습니다. 사람도 이와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
자캐오
저는 젊었습니다. 열의와 자신에 대한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제 눈 앞에 있는 인생은 성취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었습니다.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세관에서 일을 시작했고, 덕분에 집을 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승진을 거듭해 세관장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생은 과제가 아니라 훨씬 어려운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비난하면서 동시에 부러워하지만 정작 제 자신의 인생은 무슨 의미가 […]
죽음의 부정
한달에 한번 가는 봉성체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지난 달 봉성체 대상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거동이 불편해서 일어나지 못해 예수님을 못 모신 할아버지, 한걸음도 걷기가 힘들어 한달내내 방에만 계셨다는 할머니, 식사를 제대로 못해 살이 너무 빠져 뼈가 살에 부대껴 앉아 있기도 힘든 할머니, 요양원에서 눈만 뜨고 정신이 없는 할머니. 어느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어서 죽고 싶은데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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