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공짜는 정말 많다. 공기 마시는 것 공짜, 말 하는 것 공짜, 꽃향기 맡는 것 공짜, 하늘 보는 것 공짜, 나이드는 것 공짜, 바람소리 듣는 것 공짜, 미소 짓는 것 공짜, 꿈도 공짜, 개미 보는 것 공짜…
세상에 공짜는 정말 많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생명도 공짜, 우리 가족도 공짜, 대한민국도 공짜, 남자로 태어난 것도 공짜, 좋은 교육을 받고 먹을 것 걱정 없이 사는 것도 공짜…
하지만 이 모든 공짜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내가 무언데 이 모든 것이 공짜일까 정도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동그란 빈대떡을 하나 생각해 볼까요? 빈대떡을 잘 나눴는데 누가 한번에 세 조각을 먹었다면 다른 사람이 먹을 빈대떡은 줄어들겠죠?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파이 이론’이라고 하는데 지구가 만들 수 있는 에너지와 생산량은 하나의 빈대떡 혹은 파이처럼 정해져 있는데 누가 많이 가져가면 다른 사람이 부족하게 된다는 이론이죠.
그럼,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구상에 70억명의 인구가 있는데 인류가 생산하는 곡식은 120억명이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연구는 1984년에 이루어진 것이니 지금은 더 많은 사람이 먹고도 남을 곡식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세계 인구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을까요?’ 태어나면서부터 하루에 한끼라도 먹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아이들, 내전에 휘말려 부모를 잃은 아이들, 힘든 노동에 착취당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나면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힌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요? 왜 공짜가 하나도 없을까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이십니다. 그러고도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으니 아무도 부족함이 없었다는 말이죠. 그런데 사람들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이분은 정말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그 예언자시다.”하고 말하며 그분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합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끼라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임금으로 만들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경제대통령’도 이런 점에서 그 사람의 인격이나 자질은 보지 않고 오직 먹고 사는 것만 초점을 맞춘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예수님께서는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들의 배고픔과 이기심을 채울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조금만 생각해보면 세상의 절반이 배고픈 이유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나만 배부르면 되고, 나만 고통받지 않으면 되지 얼굴도 알지 못하는 사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은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을 통해서 한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오천명을 먹이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기적은 한 어린이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어린이 말입니다. 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따라 다녔는데 그들이 아무 먹을 것도 없이 길을 나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 배낭이나 가방에는 자신들을 위한 음식은 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위한 음식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는 달랐습니다. 자신의 것을 내어 놓았습니다.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불씨를 제공한 것입니다.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은 다른 말로 하면 오천명이 나눠 먹은 기적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어린이의 나눔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자신의 것을 조금씩 내어 놓을 때 오천명이 먹고도 남을만큼 풍족했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눔의 신비는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세상 모든 것이 공짜입니다. 내가 살 수 있는 것도 다른 사람이 수고한 덕분이기도 하죠.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나누어야 합니다. 공짜를 알아보고 감사하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돈이 없어 나눌게 없다고 말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야기합니다. 세상에는 나눌 수 있는게 돈만이 아니라고요.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을 3T로 부를 수 있습니다. 첫번째 T는 시간, 곧 Time입니다. 나의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면 됩니다. 두번째 T는 재능, 곧 Talent입니다. 나의 재능을 다른 사람을 위해 기부합니다. 세번째 T는 재물, 곧 Treasure입니다. 내가 가진 물질을 나눔으로써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이 세가지 T 가운데 어떤 것을 나누어도 좋습니다. 나의 시간, 재능, 물질 중에서 어떤 것을 나누어도 그 본질은 같으니까요. 다만 나눌 수 있으려면 어린이 같은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공짜는 정말 많습니다. 실은 세상 모든 것이 공짜입니다. 우리는 잠시 왔다 가는 세상에서 그 공짜를 잠시 쓰고 갈 뿐입니다. 여러분이 가진 공짜를 나누세요. 세상 마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쌓아 두었는가 보다는 얼마나 많이 나누었는가를 물어보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