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깨져도 산천은 그대로이니 성에 봄이 와 초목이 우거졌구나 나라꼴이 이러하니 꽃을 보아도 눈물이 흐르고 이별이 한스러워 새소리에도 가슴이 철렁한다 봉화는 삼월까지 끊이지 않아 고향 편지는 만금만큼 값지구나 흰머리는 긁을수록 자꾸 빠져만 가서 이제는 비녀 꼽기도 어렵구나
한창 때인데, 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흔 중반이다. 새삼 나이란게 훈장이나 권력보다는 얼굴에 주름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이왕 나이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얼마전에 있었던 사건을 말해야겠다. 12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 따뜻하던 겨울이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날에 새로 산 나이키 타이즈를 입고 수성못에서 용지봉 산 정상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말이 달리기지 실제는 빨리 걷는데도 숨은 찼고 […]
바둑과 인간
지난 며칠 동안 한심한 정치인들 이야기 말고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시합이었다. 옛날 386 컴퓨터로 내가 한 수를 두면 컴퓨터는 “Thinking…Thinking…Thinking…”하며 한참이 지나서야 그만저만한 수를 두곤 했었는데 이제는 세계 최고의 고수를 물리치는 알파고가 나왔으니 한 세대 만에 인공지능에서 위대한 진보를 이룬 것은 사실이다. 알파고에게 3연패를 당한 뒤 이세돌은 말했다. “인간이 아니라 이세돌이 […]
부끄러움
영화 ‘귀향(Spirits’ Homecoming)’을 보러 갔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 불편한 역사적 사실, 아직도 해결될 길이 보이지 않는 일을 영화로 본다는 것은 판타지와 헤피엔딩의 만족에 익숙한 우리 시대에서는 환영받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영화내내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몰랐다는 당황스러움이 미안함으로 자라다가 한 소녀의 노래 ’가시리’가 울려퍼지자 붙들고 […]
자비의 희년 첫 날에
2016년은 특별하게 시작했다. 오랜 친구의 종신서원식을 위해 12월 31일 오후에 충북 보은에 있는 카르투시오 수녀원으로 향했고, 새해 첫 아침에 종신서원미사를 봉헌했다. 손님은 오직 한 사람 나 뿐이었고, 종신서원자는 친구 뿐이었다. 참고로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1084년 성 브루노에 의해 창설되어 철저한 봉쇄와 침묵, 고독 안에서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찾는다. “세상은 변하지만 십자가는 변하지 않는다”는 모토 아래 천년 가까이 초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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