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것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청했던 말입니다. 동시에 이것은 우리 모두의 바램이기도 합니다. 기도를 어떻게 해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왜 해야하는지 우리는 궁금합니다. 실제로 기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잘 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도 예수님께 묻고 싶습니다.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먼저 기도의 모범을 찾아봅시다. 바로 성모 마리아입니다. 루가복음에 처음 등장하는 성모 마리아에게 하나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요셉과 약혼한 그녀에게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을 성령으로 잉태하리라는 사실을 전합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요. 앞길이 창창한 처녀에게 임신이라니, 그 당시 율법에 따르면 돌에 맞아 죽을 일이고, 실제로 남자도 알지 못하는 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니 억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기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놀라지 않습니다. 가족 중에 누가 갑자기 아플수도 있고,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불행이 닥칠 수도 있지만 기도하는 사람은 당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도 안에서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늘 체험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세상 모든 일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으며 하느님께서는 나의 머리카락 갯수까지 다 알고 계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거룩한 성인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예!’라고 대답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에게 불공평한 일, 필요없는 일, 억울한 일도 좋은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을 너머 사는 사람이며 이런 사람을 성인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인이 아니기에 때론 ‘아니오.’라고 대답하겠지만 조금씩 더 많은 일에 ‘예’라고 대답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모든 것이 하느님 안에 있으므로 그것이 인간적인 눈으로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셋째, 마음속에 곰곰이 새깁니다. 세상 모든 일을 우리가 다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기는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그러므로 기도하는 사람은 모든 일을 마음속에 곰곰이 새기며 그 속에 있는 하느님의 뜻을 찾습니다. 계속해서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 안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들여다보면서 하느님의 자비를 발견해 나갑니다.
우리에게 어떻게 기도하는지 모범을 보여주신 성모님처럼 우리도 기도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으며, 기꺼이 받아들이며, 마음속에 곰곰이 새기며 하느님의 뜻을 발견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삶에서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첫째, 조금씩이라도 매일 해야 합니다. 하루에 열시간 기도하는 것보다 매일 십분씩 기도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기도는 좋은 습관입니다. 하느님과 만나는 일은 밥 먹는 일처럼 늘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 내가 좋아하는 기도를 내가 좋아하는 때에 바치면 됩니다. 어떤 이는 묵주기도를 좋아하고, 어떤 이는 성경 읽기를, 어떤 이는 성체조배를 좋아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기도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시간, 아침 일찍, 오후 늦게, 혹은 잠들기 전 어느 시간이라도 바치면 됩니다.
셋째, 기도는 내편에서 일방적으로 하고 마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하느님과의 만남을 준비해야 됩니다. 침묵하고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무르면서 하느님께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것은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혹은 성경 말씀에 머뭄으로써, 혹은 하느님의 이름을 조용히 속으로 부름으로써 가능합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하느님께서 여러분 안에 계심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도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나, 그리고 이웃을 위해 합니다. 기도하는 사람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는 이기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때 기도는 더 깊어집니다.
그러면 이제 좋은 기도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좋은 기도란 하느님께서 내가 원하는 이런 저런 것을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살면서 필요한 것을 청하는 청원기도를 바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먼저 내가 원하는 것이 과연 하느님께서 원하는 것인지 성찰하는 것이 좋은 기도의 첫 단계입니다. 그 다음에는 하느님의 뜻을 찾습니다. 때론 나에게 힘들고 어려운 것, 피하고 싶은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게쎄마니에서 바치신 기도는 십자가의 길을 바라보며 피하고 싶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기도는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도저히 나에게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 앞에서도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서 나를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을 희망하면서 언제라도 나의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제 기도를 실제로 한번 해 볼까요.
먼저 기도를 할 준비를 합시다. 엉덩이를 의자 끝으로 바싹 땡기고 허리를 곧추 세워서 편안한 자세로 앉아주세요. 제대로 된 자세가 아니고는 충분한 시간동안 기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눈을 감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합니다. 편안하게 숨을 쉬십시오. 사람의 배꼽 한뼘 밑에는 단전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는 코로 숨을 쉬면서 단전으로도 같이 호흡하는 복식호흡을 할 것입니다. 숨을 들이쉴 때에 코로 들이마시며 단전으로도 숨을 들이마신다는 느낌으로 배 밑을 키웁니다. 숨을 내쉴 때에는 코로 숨을 내쉬면서 단전 역시 숨을 내쉬도록 배 밑을 작게 합니다.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느끼며 숨 사이에 잠시 멈추고 시간을 두십시오. 복식호흡으로 천천히 숨을 쉴 수 있게 되면 한가지 말씀에 초점을 둘 수 있습니다. 들숨을 할 때 ‘예수님’하고 천천히 불러도 되고, 날숨을 할 때 ‘믿음’과 같은 말에 머물러도 됩니다. 중간에 분심, 곧 다른 생각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때는 바로 다시 호흡과 말씀으로 돌아가 머물도록 노력하십시오. 이것이 몇 분에 걸쳐 이루어지고 몸과 마음이 한 곳으로 모아지면 이제 여러분은 기도의 문을 들어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