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것이면서도 내가 잘 모르는 것, 나의 것이면서도 나의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 것,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무리 노력하여 고치고 바르게 하려 해도 내 생각대로 안 되는 이것, 이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나의 마음’입니다. 불교에서 ‘마음’을 공부하고 수련하면서 꼭 하는 말씀이 있는데 이렇습니다. “마음 마음 마음이여, 알 수 없구나. 너그러울 때에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일 듯이 하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없으니” (달마).
여러분은 여러분 마음을 잘 압니까? 여러분은 여러분 마음의 주인입니까?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로 나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루카 6,45). 자, 여러분 손을 가슴에 얹어 보세요. 여러분 마음의 곳간이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심장이 좌심방과 우심방이 있듯이 마음에도 선한 곳간과 악한 곳간이 함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주인인 여러분은 두 곳간에서 필요한 것, 때로는 선한 것, 때로는 악한 것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마음은 선한 것과 악한 것이 공존합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항상 악한 사람이 없고, 마찬가지로 항상 착한 사람도 없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과거가 없는 성인이 없고, 미래가 없는 죄인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것 가운데 밀과 가라지의 비유를 잘 알 것입니다. 주인이 밭에 밀을 뿌려서 키우고 있는데 밤에 몰래 악마가 와서 가라지를 뿌렸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밀과 가라지가 자라고 나니 서로 구분이 되자 종들이 주인께 와서 ‘가라지를 뽑아 버리자’하고 청을 합니다. 그러나 주인은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도록 두어라’하고 말씀하십니다. ‘가라지를 뽑다가 밀을 뽑을 수 있고, 마지막 날이 오면 밀은 수확하여 곳간에 들이고 가라지는 뽑아 불에 태울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마음에 선과 악이 함께 있듯이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있습니다. 종종 사람들은 가라지, 곧 자신 안에 있는 약점, 잘못, 나쁜 습관 등을 한번에 잘라 버리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내가 좋은 집안 환경을 가졌더라면’, ‘내게 이 병만 없다면’, ‘내게 돈만 있다면’ 하고 생각할 때, 자신이 가진 좋지 않은 것, 혹은 없는 것, 곧 부정적인 가라지에만 마음을 쓰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은 늘 어둡고 부정적이 됩니다. 그래서 입을 열 때마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험담하고 내가 없는 남이 가진 것에 대해 시기합니다. 세상이, 남들이 나를 억울하게, 화나게 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그리스도인으로 예수님 말씀을 잘 알아듣는다면 가라지가 아니라 밀에 더 마음을 써야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나약함, 한계, 단점인 가라지는 마지막 날에 불에 태워주실 하느님께 맡기고, 나는 내게 주어진 선한 것, 좋은 것인 밀에 집중하며 그것을 잘 키우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내가 가진 선한 것에 감사하며 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노력할 때 그 마음에서 넘치는 것이 입으로 나올 것이며, 그 말은 칭찬과 격려, 사랑의 마음이 담긴 말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의 삶은 밝고 긍정적이며 그런 사람 곁에 사람들이 모여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선한 마음으로 좋은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이 좋은 나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나쁜 나무라고 생각합니까? 잘 모르겠죠?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좋은 나무인지, 나쁜 나무인지 알 수 있는 길은 우리가 맺는 열매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위에 좋은 열매를 맺는 사람을 보면 그에게서는 성령의 열매가 드러납니다. 사랑, 기쁨, 평화, 온유, 인내, 선함, 친절, 절제 등 성령의 열매가 바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 줍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라지와 같이 부정적이고 어두운 나쁜 열매를 맺어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 열매를 맺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선한 것을 내놓으려 애쓰며 좋은 열매를 맺기를 원한다면 바오로 사도에게 귀를 기울입시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고백이 바로 우리가 선한 마음으로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한 첫 번째 걸음입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이 말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저는 그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하느님께서 저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1티모 1,15-16).
바로 이것이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마음입니다.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러 세상에 오셨는데 그 첫 번째 사람, 가장 첫째가는 죄인이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래서 나는 하느님의 자비가 가장 필요합니다. 그 자비 때문에 내가 살고, 그 자비 때문에 내가 마음을 선하게 먹으며, 그 자비 때문에 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가 저 같은 첫째가는 죄인에게 주어졌으니 감사하고 기뻐합시다. 하느님 자비에 의탁하며,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으며 좋은 열매를 맺어 거룩한 사람이 됩시다. 하느님 자비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해 졌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