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루가 복음에 나오는 탕자의 귀향에서 자비로운 아버지가 큰 아들에게 한 말씀을 생각나게 합니다. “내 것이 다 너의 것이 아니냐? (루가 15,31)”
탕자의 귀향을 다시 읽으면서 저는 큰 아들의 모습에 더 공감이 갑니다. 성직자나 수도자, 열심한 대부분의 신앙인들은 작은 아들처럼 아버지에게 반항한 뒤 집을 떠나 큰 죄를 짓지 않습니다. 오히려 큰 아들처럼 아버지 집에 있으면서 사소한 일에서 느끼는 불만, 상대적 박탈감, 외로움 등이 쌓여 어두운 사람, 분노의 사람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큰 아들은 남에게 엄격하며, 항상 비판적이고, 권위 뒤에 숨어 권력을 휘두르며, 함부로 말하고 행동합니다. 한마디로 자비롭지 못합니다.
그럼, 예수님께서 ‘모두 나의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무엇일까요? 하느님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하느님 아닌 모든 것’입니다. 하느님 아닌 모든 것은 타자(他者), 곧 나 아닌 모든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하느님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모든 것은 바로 ‘예수님’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 (요한 10,30)”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본질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고 타자를 온전하게 채우는 사랑이기에 하느님 자신이 아닌 다른 모든 것, 곧 세상, 피조물, 이웃을 향합니다.
지난해 성지순례 때 아빌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들려 준 노래가 생각납니다. “아무것도 너를.” 이 노래 가사처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을 소유했습니까? 여러분은 만족합니까? 여러분은 하느님을 소유함으로서 하느님, 곧 나 아닌 모든 것, 나아가 세상과 이웃을 향해 자신을 내어줍니까?
그런데, 실상 나 자신이 가장 힘듭니다. 나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실망할 때, 나에 대한 부정적 느낌에 휩싸일 때, 나의 이기심과 욕망을 대면할 때, 나를 인내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내함이 모든 것을 이깁니다. 나를 인내하는 것은 나 아닌 모든 것을 향해서 계속해서 나를 비우는 매일 매순간의 봉헌입니다.
언젠가 우리도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인내해야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가지신 것, 곧 나 아닌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 나 아닌 모든 것을 향해 나를 비우고 나를 내어 주는 그것이야말로 나를 가장 만족하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