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인해 걱정이 많습니다. 가족이 병에 걸릴까 걱정, 학교 못 가는 자녀들 걱정, 경기가 좋지 않아 직장을 잃을까 걱정, 가계 살림 걱정, 나이 드신 부모님 걱정, 세계로 퍼진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인류의 미래 걱정, 느는 것은 걱정뿐입니다.
걱정은 늘 우리 삶의 일부였습니다. 때론 우리의 말과 행동을 규정하기까지 할만큼 걱정은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면서도 더 잘 먹고 더 잘 살기 위해서 걱정하는 우리, 사람들과 좋은 관계에 있으면서도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우리, 건강하면서도 병들까 걱정하는 우리, 일을 하면서도 실업을 걱정하는 우리, 남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돈이 부족하지 않을까, 갑자기 사고가 나지 않을까,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는 우리, 걱정하는 자신을 걱정하는 우리, 걱정이 없음을 걱정하는 우리, 걱정하기 위해서 걱정하는 우리, 바로 걱정이 자신을 집어삼킬 때까지 걱정하는 우리, 심지어 걱정조차 우리를 걱정하게 만드는 우리의 걱정스런 모습입니다.
과연 이 정도의 걱정이 필요할까요? 다들 걱정을 줄이고 싶어하지만 한편으론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자에게는 평생의 근심거리는 있어도 일시적인 걱정거리는 없다. 군자를 근심케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성인으로 모든 이가 존경했던) 순임금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다. 순임금은 세상 사람들의 모범이 되어 그 명성이 후세에 전해지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시골의 촌부를 면하지 못하고 있구나!’ 이런 것이야말로 근심거리로 삼을 만하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순임금처럼 할 따름이다. 그것 말고 군자를 근심케 하는 것은 없다. 어진 일이 아니면 하지 않고, 예가 아니면 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이 없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걱정을 해야 한다면 쓸데없는 걱정말고 꼭 해야 하는 걱정, 가장 중요한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걱정거리가 꼭 해야 하는 걱정인지, 아니면 필요없는 걱정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궁금하지 않습니까? 대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당장 내일 죽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때도 지금 이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인가?’
과연 나에게 끝까지 남을 걱정, 평생의 근심거리가 될만한 것이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아닌 걱정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쓸데없는 수많은 걱정들은 정말 중요한 걱정 앞에서는 빛을 잃고 걱정하는 사람을 비웃으며 떠날 것입니다. 평생 자잘한 걱정만 하다가 갑작스레 닥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자신을 한탄하며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사람은 이승에 온 것처럼, 저승으로 가는 것을 견뎌야 하오. 성숙함이 전부요.” 섹스피어의 말입니다. 성숙한 사람은 걱정의 노예가 되지 않습니다. 성숙함을 찾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의 목표가 되기 위해 안달하지 않습니다.그보다는 새로운 세대를 위해 자신을 내어줍니다. 그 자신이 하나의 다리(bridge)라는 것, 곧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신을 희생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하나의 다리가 되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람이 가진 평생의 근심거리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속에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거룩히 모시십시오” (1베드 3,15). 우리 마음을 채우고 있는 모든 근심 걱정을 옆으로 밀어놓고 주님을 거룩히 모시십시오. 그것만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 (1베드 3,15). 진정한 근심거리는 나를 있게 하고 살게 하고 죽을 때까지 지고 있을 희망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희망이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의 마지막 걱정인 죽음조차 당당하게 맞이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삶이 희망에 대한 대답이고, 희망은 죽음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요한 14,15). 우리의 근심은 오직 하나뿐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님처럼 사는 것, 가장 어려운 때에 누군가에게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줄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에게 평생의 근심거리가 될 만한 것입니다. 또 무슨 걱정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