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첫날, 곧 주일이 왔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습니다. 잠긴 문은 우리의 마음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문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잠가 놓고 있어온지 꽤 되었습니다. 잠긴 마음은 점점 식고 있습니다. 따듯함을 잃어버리고 얼어붙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우리는 차갑고 우울하고 슬픕니다. 단절되고 소외된 마음에 생명이, 기쁨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우리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인사하십니다. 두려움, 배신, 죽음, 슬픔, 절망의 한 가운데 ‘평화’가 왔습니다. 부활의 인사 소리가 들려옵니다. 얼른 일어나 문을 열어야겠습니다. 이미 우리곁에 온 봄처럼 그렇게 기다려온 평화, 오랫동안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일상, 이웃과의 친교, 학교가는 아이들, 소소한 생활의 기쁨이 바로 평화가 아니겠습니까? 그 평화의 인사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십시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이렇게 인사하시고 나서 예수님은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최초의 인간 아담에게 불어넣으신 생명의 숨을 예수님께서도 불어넣으십니다. 그 숨은 바로 성령입니다. 성령은 새로운 생명이며 희망입니다. 죽음 가운데에서, 슬픔 가운데에서, 절망 가운데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방법입니다. 성령이 우리의 숨입니다. 우리의 숨이 바로 하느님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것만 생각하기에 공동체와 함께 하지 않는 토마스처럼 말합니다. “결코 믿지 못하겠소.” ‘세상을 보십시오. 이렇게 많은 죽음과 불의, 불안과 절망 속에서 어떻게 부활을 믿으라는 말입니까?’하고 토마스는 강변합니다. 우리의 모습입니다. 죽음 앞에서 부활을, 절망 앞에서 희망을, 슬픔 앞에서 기쁨을 결코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우리의 모습이며, 악마의 승리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다시 오시어 평화를 빌며 토마스와 대화하십니다. 그의 불안을 듣고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말씀하십니다: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죽음을 버리고 부활을 믿어라. 두려움을 버리고 희망을 가져라.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신 이유입니다.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 그분의 부활로 우리가 ‘생생한 희망’을 가지며, 또한 ‘썩지 않고 더러워지지 않고 시들지 않는 상속재산’을 얻게 하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맞이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끝이 없고 죽음을 이기고 부활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자비는 희망을 가진 이의 기쁨, 사랑받는 이의 행복, 함께함과 나눔의 충만함을 가져옵니다. 바로 초대교회 신자들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저마다 필요한대로 나누며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여 빵을 떼어 나누었습니다. 그들의 즐겁고 순박한 마음, 하느님을 찬미하는 모습은 온 백성의 호감을 얻었습니다. 요즘 같이 어려운 때에 우리 교회가 보여준 사랑과 나눔, 공감과 절제는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고 있습니다. 믿는 이들이 앞장서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먼저 희생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믿음이 무엇인지 말해 줍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구원받을 이들을 날마다 보태어 주실 것입니다.
함께 즐거워합시다. 우리가 겪는 온갖 시련 속에서 슬퍼하지 말고 이 시련을 통해 우리의 믿음이 단련을 받고 더욱 순수해져서 우리가 얻게 될 찬양과 영광과 영예를 생각하며 기뻐합시다. 진정한 기쁨은 슬픔 가운데에서, 참된 희망은 절망 가운데에서, 부활은 죽음 가운데에서 드러나는 법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지만 그분을 사랑합니다. 그분을 믿기에 영광스러운 기쁨 속에서 즐거워합니다. 이 시련을 견디어내면 믿음의 목적인 영혼의 구원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토마스처럼 불안하고 이기적이고 부족하지만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하며 고백하며 주님께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주님께서는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하시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평화와 행복을 성령을 통해서 우리에게 주실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생명이며 기쁨입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