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일에서 부정적인 것을 찾아 비판했고 사는 것도 불행을 감당하는 것 뿐이라 믿었습니다. 따라서 매사에 우울하고 전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스승이 그를 불러 물 한 잔을 가져오라고 하였습니다. 그 물에 스승은 소금 한 줌을 넣어 제자에게 마시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물었습니다. “물맛이 어떤가?” 제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습니다. “너무 짜서 마실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그를 근처 맑은 호숫가로 데리고 갔습니다. 호수에 똑같은 소금 한 줌을 뿌리고는 호수의 물을 한 모금 제자에게 맛보게 했습니다. 물맛이 어떠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제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시원합니다.” 스승이 ‘소금 맛이 나느냐?’고 묻자 제자는 ‘나지 않습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그제야 스승은 제자에게 말했습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겠느냐? 시련과 어려움, 불행의 양은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다만 그것을 어디에 담는가에 따라 불행의 크기가 달라진다. 유리잔이 되지 말고 호수가 되어라.”
새해 첫날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혹시 새해 첫날인 오늘 어제의 문제가 해결되었습니까? 나를 힘들게 하는 어려움이 사라졌습니까? 갑자기 행복해졌습니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어제와 같은 날입니다. 밤이 오고 새날이 밝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불행과 어려움이라는 소금의 양은 변하지 않더라도 우리 마음을 조금 키울 수는 있습니다. 새해 첫날은 새로운 마음을 가지기 좋은 때이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날은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새롭게 보라고 초대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깨어 준비하고 있도록 초대하는 날’입니다. 그동안 마치 내가 하느님인 것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새해에는 시간의 주인이시며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주인을 기다리는 종으로서 성실하게 일하며 유리잔이 아니라 호수같은 마음을 가지도록 다짐하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사제에게 와서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자주 이야기합니다. 사제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고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어떤 사람이 사제에게 말합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다른 사람들 때문에 제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하지만 문제만 일으키는 그 사람들은 도움이 안됩니다. 그들과 함께 일하느니 그곳을 떠날까 생각 중입니다.”
그는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제 아내는 좋은 여자이고 저는 그녀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잔소리가 너무 심해 피곤합니다. 아이들도 사랑스럽지만 때로 아버지인 저를 존경하지 않고 제 기대에 어긋나기 일쑤입니다.” 사제가 아무 말없이 듣고 있으면 그는 계속 이야기합니다. “최근에 이사를 했습니다. 크고 편안한 집인데 햇볕이 잘 들지 않고 가축 배설 냄새가 많이 납니다. 괜히 이사한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자신의 문제들을 하나씩 이야기합니다. 마침내 말을 마친 그는 사제가 그 문제들을 해결해 주리라 믿으며 답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사제는 이렇게 말하고 맙니다. “그렇군요. 많은 문제들 때문에 힘들었겠습니다.”
사제의 짧은 답변에 답답해진 남자가 ‘그게 다인가요?’하고 짜증난 목소리로 묻습니다. 그러자 사제가 대답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런 100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한두 가지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결국 또 다른 문제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입니다.” 남자는 사제에게 화를 내며 말합니다. “신부님, 그래도 신부님이라면 무슨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이렇게 시간을 내어 찾아와 말씀을 다 드렸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신앙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사제는 대답합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사실 형제님이 100가지 문제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형제님이 가진 101번째 문제 때문입니다. 이 101번째 문제를 해결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됩니다.”
“101번째 문제라고요? 100가지 문제로도 부족해서 제가 한 가지 문제를 더 가지고 있다고요? 그리고 그것만 해결하면 다른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고요? 도대체 그 101번째 문제가 무엇입니까?”
“형제님의 101번째 문제는 삶에서 아무 문제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무 문제 없는 삶은 없습니다. 만일 그런 삶이 있다면 그게 더 큰 문제일텐데 형제님은 그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만일 형제님이 이 101번째 문제를 깨닫고, 자신의 문제 해결에 매달리기보다는 이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충실한 종으로 깨어있는 삶을 살면 100가지 문제 가운데에서도 평화를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새해 첫날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가운데에서도 평안하십니까? 이 모든 것 위에 주님께서 내려 주시는 복과 은혜, 평화를 느낄 수 있으십니까?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모든 문제를 이기는 그 평화를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새해 주님의 은총과 평화 가득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