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왜 다닙니까? 이런 질문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성당에 왜 다닙니까?’ 라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마음에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는 답을 제일 많이 했답니다. 여러분도 그렇습니까?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성당에 처음 갔습니다. 친구가 가자고 해서 갔는데 예쁜 여학생들이 많았고, 그래서 재미있었고, 그 친구들 덕에 성당에 열심히 다니게 되었습니다. 성당에 다니다보면 처음에는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하고 불만이 생기고 또 불평할 일들이 생겨납니다. 먼저 사람에 대해서 실망합니다. 신부님이나 수녀님한테 실망하고, 또 신자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교회의 모습이 너무 보수적이어서 실망하기도 하고, 교회의 가르침 중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생겨납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의 거북한 말씀을 듣고 투덜거리는 제자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실망, 불만, 불평으로 투덜거리는 제자들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우리도 사실은 신앙보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의도로 성당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성당에 가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고, 성공한 사람은 성당에 다니며,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나 명예를 추구합니다. 그러다가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실망해서, 혹은 성당에서도 돈 이야기를 해서, 주말 여가생활을 하다가 주일미사 한두 번 빠지고, 고해성사 볼 기회가 없어서 영성체하기가 미안해서 남의 눈치를 보다가 좀 쉬게 되고, 결국 성당에 다니지 않게 됩니다.
예수님을 떠난 제자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신앙에서 떠나가게 됩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성당 다니는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주일미사 매번 나오기 힘들고, 교무금이나 성전건축비 내기 힘든데,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제자들의 으뜸이고 믿는 이들의 맏형인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이 말씀을 잘 새겨들으면 좋겠습니다. 베드로는 ‘무엇’이 아니라 ‘누구’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찾는 마음의 평화, 성공이나 인기나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누구’라고 했습니다. 그 ‘누구’는 바로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에게만 시선을 두고 또 그분이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은 무엇을 찾고 있습니까? 사람들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하느님을 원합니다. 우리 중에 젊었을 때 경력이나 차, 집, 아름다운 배우자, 혹은 우리가 원하는 어떤 것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후에, 이런 것들을 다 가졌는데도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갈망하는 자신을 보고 의아해했던 사람이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도 우리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람으로 영원한 사랑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때문에 삽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 어디에서도 이런 말을 들어보지 못합니다.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상처받고 죄에 아파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곧 치유가 필요한 인간입니다. 병이나 고통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추구하고 갈망하는 성공이나 돈이나 명예가 이런 것들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최근에 롯데그룹이라는 큰 회사를 보면 신격호라는 사람이 평생을 이루어 놓은 성공과 돈과 명예를 자녀들이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어떻게 싸우는지를 보게 됩니다. 또 한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재벌이었던 이건희라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식물인간의 상태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필요한 인간입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이 필요한 인간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유일한 이름은 예수그리스도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베드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고쳐주십니다.” 성공이나 운동이나 건강이나 보험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는 믿음, 그 믿음이 우리를 치유합니다.
여러분에게 신앙은 무엇입니까? 내가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고 있는 하느님과 만나는 것이 신앙이 아닙니까? 나 중심의 삶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도약하는 것이 신앙이 아닙니까?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 바로 기쁜 소식이고 복음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신자들에게 하면 많은 사람은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이런 사랑에 합당한 사람은 내가 아니고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령에 의해서, 혹은 말씀을 듣고 가슴이 따뜻해지면 그것이 기쁜 소식인지는 알지만 나는 그것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넘어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가치가 있습니다. 나의 삶은 일반적인 어떤 신의 손 안에 창조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좋으신 하느님, 나를 창조하고, 나를 위해 사람이 되고, 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고, 나를 위해 죽은 이들을 일으키고, 당신의 신성과 기쁨을 영원히 함께하자고 나를 초대하신 그 하느님이 바로 우리의 하느님입니다. 나의 과거나 현재의 어떤 것도 이러한 사랑에서 나를 떼어놓지 못합니다.
세상에 과거 없는 성인이 없고, 또 미래 없는 죄인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 옆에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신이 예수님과 만나야 합니다. 그 예수님의 말씀이 불편하고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그 분만이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그 분께서 오늘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너도 떠나고 싶으냐? 나는 무엇, 즉 나의 바람이 마음의 평화, 성공, 인기, 명예에게로 가고 있는지, 혹은 누구, 예수님에게로 가고 있는지 물어봐야 하겠습니다.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혹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성인은 1946년에 사제서품을 받고 2005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분께서 59년동안 매일 성체성사를 거행하면서 미사 때마다 매일 성체를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수만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상 어떤 것도, 세상 누구도 우리의 시선을 빼앗을 수 없습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우리의 시선을 예수님께로 향하며 성체성사로 오시는 그 분을,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주기 위해 오시는 그분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