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면서 널리 퍼져 나갔다” (사도 12,24).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이 더욱 자라면서 널리 퍼져 나가는 것을 바르나바와 사울의 활동을 통해서 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이 더욱 자라면서 널리 퍼져 나가도록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중요한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누가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 하여도, 나는 그를 심판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왔기 때문이다” (요한 12,47). 누가 참으로 좋고 바르고 유익한 나의 말을 듣고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제겐 다섯 살 어린 남동생이 있는데 옛날에는 한 가지라도 도움이 될만한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설득하고 회유하고 협박까지 했지만 결국 동생 스스로가 깨달을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심판하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구원하는 사람입니까? 인간의 마음 안에는 하나의 원이 있다고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원이 넓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원이 더 좁아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원이 넓어지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 배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겸손과 사랑을 체험하며 성장하는 사람입니다. 원이 좁아지는 사람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남을 판단하고 심판하고, 자신 외에는 다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들어와도 함께 있어도 될만큼 넓은 원을 가진 사람입니까? 아니면 나 하나만으로 가득찬 옹색한 좁은 원을 가진 사람입니까?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넓어지는 원”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넓은 원을 그리며 나는 살아가네 / 그 원은 세상 속에서 점점 넓어져 가네 / 나는 아마도 원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지만 / 그 일에 내 온 존재를 바친다네 저와 여러분은 매일 넓은 원을 그리며 조금씩 그 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오시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넓어지고 깊어지게 합니다. 하나의 원인 성체가 부서지고 깨어짐을 보면서 우리는 이웃을 심판하기 보다는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더 넓게 만들어 갑니다.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로 우리를 끊임없이 먹이심을 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형제 자매들이 부족하고 이기적이라 하더라도 참고 인내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더 깊게 만들어 갑니다. 우리 모두가 세상의 가장 넓은 원인 예수님의 사랑 안에 함께 있음을 깨달을 때까지 우리는 계속 원을 넓히는 일에 우리의 온 존재를 바쳐야 합니다.
훌륭한 제자
지난 성목요일 성유축성미사에는 대구대교구 역사상 가장 많은 사제들이 모였습니다. 범어대성당에서 거행하는 첫 성유축성미사의 의미도 있겠지만 그곳에 온 한 사람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분은 정달용 요셉 신부님입니다. 그날 금경축을 기념하기 위해 오신 신부님의 약력은 단 네 줄입니다. 계산성당 보좌신부, 유학, 신학교 교수신부, 그리고 원로사제. 사제생활 오십년을 이렇게 단순하게 살아오신 신부님께서 그날 답사 때 말씀하신 ‘시간’에 대해 생각해 […]
침묵하는 하느님
1081일만에 세월호가 돌아왔습니다. 유가족, 미수습자 부모들의 고통은 이 시대의 고통입니다. 엄청난 충격과 실망, 한탄과 좌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세속화와 물질주의의 힘은 갈수록 커져갑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할 때 예수님께서 받으셨던 악마의 유혹은 우리 시대의 다른 신, 돈과 물질주의, 곧 네부카드네자르가 만든 것과 같은 금 상 앞에 엎드려 절을 하도록 강요합니다. 교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희망원 사태는 […]
나는 하느님이다
나는 하느님이다. 세상뿐만 아니라 인간을 창조한 신이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너희들의’ 하느님이다. 나 스스로 홀로 하느님이기보다 인간을 백성으로 삼고 그들을 돌보는 아버지와 같은 하느님이다. 나는 나, 곧 있는 자이다. 모세가 나의 이름을 물었을 때, 내가 그에게 일러준 그대로 나는 스스로 있고 시작이 없으며 영원히 존재하는 전지전능한 신이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너희들을 위해’ 있는 자이다. 나의 […]
배우 김혜자와 공감
배우 김혜자 씨와 네팔을 여행한 어느 작가가 이런 일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일행이 이름난 관광지에 노점상들 사이를 지나가던 중에 김혜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노점상 여인 옆에 앉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김혜자 역시 그녀 옆에 앉아 말없이 여인의 한 손을 잡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네팔 여인의 눈물은 옆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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